TOPIK 2년 응시제한, 이의신청으로 '당해 시험 무효'까지 낮춘 사례
TOPIK(한국어능력시험)에서 부정행위로 적발되면 당해 시험 무효부터 최대 4년간 응시자격이 제한이 됩니다.
이 글은 아날로그 손목시계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2년 응시제한 처분을 받은 유학생을 대리해, 이의신청으로 당해 시험 무효까지 처분을 변경한 사건입니다.
※ 의뢰인 보호를 위해 사실관계는 일부 각색하였습니다.
1. 사건 경위
의뢰인은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유학생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학업을 이어가려면 TOPIK 성적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시험 당일, 의뢰인은 시간을 확인하려고 손목시계를 착용한 채 자리에 앉았습니다. 스마트워치가 아니라 수십 년 전에 출시된 일제 기계식 아날로그 시계였습니다.
듣기 시험 도중 감독관이 손목시계를 발견하여 손목시계를 넣으라는 지시가 있었고, 의뢰인은 곧바로 시계를 가방에 넣었습니다. 감독관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고, 의뢰인은 그대로 시험을 끝까지 치렀습니다.
본인은 그것으로 끝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시험센터에서 통지가 왔습니다. 부정행위자로 처리되었고, 당해 시험 무효에 더해 2년간 응시자격을 제한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약 30분간 의뢰인과 중국어 전화상담을 진행하면서 의뢰인분의 처분사유는 실제 고등교육법령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이의신청 시도를 해볼 실익이 충분하다고 말씀을 전해드렸습니다.
2. [적용 법령] — 2년 제한은 언제 가능한가
가. 처분의 근거 조항
TOPIK 부정행위자에 대한 조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2조의5 및 별표의 기준에 따릅니다.
2년 응시자격 제한의 대상은 다른 응시자의 답안을 보거나, 통신기기를 이용해 시험 내용을 주고받는 등 적극적인 수단으로 본인 또는 다른 사람의 시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한정됩니다.
즉 2년 제한은 '시험 결과를 조작하려 한 행위'에 붙는 제재입니다. 소지품 규정 위반과는 층위가 다릅니다.
나. 비례의 원칙
행정기본법 제10조는 행정작용이 행정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고, 행정작용으로 인한 국민의 이익 침해가 그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보다 크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 대입하면 결론이 분명해집니다.
외부 송수신이 가능한 스마트워치 소지자도 '당해 시험 무효'에 그치는데, 시간 확인용 아날로그 시계를 착용한 응시자가 '2년 박탈'을 받는다면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3. 주장의 세 갈래
가. 처분사유 부존재
통지서에 적힌 처분사유는 '감독관의 정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는 행위'였습니다.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의뢰인은 지시에 따르지 않은 것이 아니라 즉시 순응했습니다. 시계를 넣으라는 말에 곧바로 넣었고, 감독관 역시 그대로 시험을 끝까지 치르게 했습니다. 지시에 불응한 상황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퇴실 조치가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즉 처분사유로 적힌 행위와, 기록에 남은 행위가 서로 달랐습니다. 처분의 근거가 된 사실 자체가 문서로 뒷받침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나. 반입금지 물품
앞서 본 처리 기준이 금지하는 것은 녹음·촬영·통신·저장 기능이 있는 전자기기입니다. 의뢰인의 시계에는 그런 기능이 전혀 없었습니다. 시간만 표시되는, 전원도 배터리도 없는 태엽식 시계였습니다.
다. 제재의 과중성
가장 핵심적인 법리입니다. 앞의 두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제재 수위만큼은 다툴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시계를 착용한 행위는 적극적인 수단으로 시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평가되기 어렵습니다. 2년 제한의 요건 자체를 충족하지 않습니다.
4. 결과 — 당해 시험 무효로 변경
시험센터의 부정행위심의위원회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2년 응시제한을 '당해 시험 무효'로 변경했습니다.
결과를 전달드리자 의뢰인께서 연신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사건이 해결된 것만으로도 보람이었는데,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주셔서 더 기억에 남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Q1. TOPIK에서 2년 응시제한은 어떤 경우에 내려지나요?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2조의5 및 별표에 따르면, 적극적인 수단으로 본인 또는 다른 사람의 시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대상입니다. 다른 응시자의 답안을 보거나 통신기기로 시험 내용을 주고받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소지품 규정을 어긴 정도의 사안이라면 당해 시험 무효에 그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통지받은 처분이 이 경계를 넘었다면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Q2. 이의신청 기간을 놓쳤으면 방법이 없나요?
있습니다. 이의신청과 별개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이라는 경로가 있습니다.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 이내,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행정심판법 제27조).
행정소송은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처분 등이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행정소송법 제20조).
두 기간 중 먼저 도래하는 쪽이 기준이 되므로, 날짜를 정확히 확인하셔야 합니다.
마치며
최근 TOPIK 부정행위, 특히 대리시험이나 답안 유출과 관련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그만큼 제재 수위가 사안의 실질보다 높게 결정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시험 부정행위 처분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뒤집기 어렵습니다. 처분사유가 기록으로 뒷받침되는지, 적용된 기준이 맞는지, 제재 수위가 요건에 부합하는지를 문서를 놓고 하나씩 짚어야 합니다.
법률사무소 송지는 재한 외국인 의뢰인을 위해 중국어 상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응시자격 제한 처분을 받으셨다면 통지서를 들고 편하게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